충북대학교 대학원 산림치유학협동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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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_조숙자 (서강대학교 심리학과 강사)

유난히 비가 잦았던 올 여름, 강원도 숲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자세히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처음에는 서먹했던 참가자들이 점차 서로를 알아가고 협동하며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길을 뚫고 새로운 야영지를 향해 숲길을 찾아 가는 팀 과제를 완수해 나갔다. 3박 4일의 짧은 시간동안 참가자들은 많이 변화했다.

우선 야영에 필요한 기술들을 참가자들은 빠르게 습득하였다. 텐트 치고, 음식을 만들고, 뒤처리를 하고, 배낭을 메고 떠나고 또다시 텐트를 치는 등의 일을 빗속에서도 잘 해냈다. 지도와 나침반에만 의지한 채 미그러운 산길도 잘 헤쳐 나갔다. 처음의 어설펐던 팀워크와 리더십에도 변화가 있었다. 프로그램이 끝나는 시점에서 그들은 처음과는 분명히 다른 자신을 느꼈을 것이다. 평가를 목적으로 참관하는 것이 아니어서 이런 것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지 않았고 이런 변화들이 얼마나 유지될지 확인하지도 못했지만 참가자들은 숲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고 강렬한 공동체 경험을 한 것만은 분명했다.

프로그램을 마치며 자연스럽게 '무엇이 참가자들을 변하게 했는가?', '어떤 과정을 통해 변화가 이루어지는가?', '어느 정도의 변화까지 가능한가?'등의 생각이 이어졌다. 이는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원생지 프로그램(Wilderness Program)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필자는 최근 연구의 일환으로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원생지 프로그램을 개관하였다.
NOLS(National Outdoor Leadership School), PA(Project Adventure), OB(Outward Bound), Rites of Passage, Santa Fe Mountain Center, RedCliff Ascent, Aspen Achievement Academy, SUWS등 기관 및 프로그램을 살펴 보면서 심리학적 관점에서의 숲치유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을 일부 정리해 보았다.

우선 대상자에 관한 사항이다. 대다수 미국의 원생지 프로그램은 청소년과 젊은이를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전통적인 심리 치료에 대한 저항과 거부는 특히 청소년에게 두드러진다. 따라서 이들의 치료효과는 치료에 협조적인 사람들과는 다르다. 최근에는 치료적 개입이 포함된 원생지 프로그램이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청소년이 비교적 거부감 없이 프로그램에 합류하여 거둔 효과가 프로그램 효과 검증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청소년과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 원생지 프로그램이 많은 또 다른 이유는 통과의례라는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전통적으로 각 문화에는 청소년이 성인이 되기 위한 특별한 통과의례가 있었다. 그러나 점차 그 전통은 사라지고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특별한 준비 없이 오로지 생물학적 나이로만 성년으로 접어든다. 성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자율성, 독립심, 역경극복 등의 준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런 의미에서 원생지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에게 일종의 통과의례 경험을 제공하며 성년을 위한 심리적 준비를 경험한다. 이러한 통과의례에 대한 개념은 초기 원생지 프로그램부터 포함되어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상자의 심리적 건강 수준에 따라 주관기관 및 프로그램이 차별화되었다. 건강하며 무언가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여 더성 장하고 싶은 참가자, 자존감이 낮거나 가족 갈등이 많거나 불행감을 느끼는 등 발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을 겪는 참가자, 학교부적응, 약물중독, 우울중, ADHD 등 증상이 뚜렷하고 임상적 진단을 받은 참가자 등 대상자의 심리적 건강 수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기관과 프로그램들이 구분되어 있다.

NOLS, OB, PA, Rites of Passage, Santa Fe Mountain Center의 일부 프로그램은 대체로 건강한 대상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비해 RenCliff Ascent, Aspen Achievement Academy, SUWS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거나 진단을 받은 대상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특히 대상자에 맞춘 정교한 프로그램 세부 사항들이 눈에 띄었다.  원생지에서 이루어지는 경험은 치료적 개입의 의도성 정도에 따라 일련의 스펙트럼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사 및 운영진의 치료에 대한 숙련도 및 전문가적 자질의 심도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사항이다.

가장 가벼운 원생지 경험으로는 우선 단순한 원생지에의 노출이 있다. 드라이브나 등산을 통해 기분이 전환되고 기분이 좋아지고 생각이 정리되는 등의 느낌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보다 좀 더 의도가 개입된 것은 가이드 혹은 리더가 있는 원생지 경험이다. 숲에서 숲해설을 듣거나, 가이드가 있는 오지 여행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개인은 안내를 받으며 원생지 경험을 하며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통찰이 생기기도 한다. 이에 더하여 국토대장정이나 해양탐험, 백두대간 종주, NOLS, OB 등은 원생지 경험을 하는 과정 자체가 개인적 발달을 이끌며 숲, 바다, 사막 등 원생지는 개인적 성장의 장이 된다.

이보다 치료적 개입의 의도가 더 많이 들어가 원생지 경험과 더불어 치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것이 치료적 원생지 경험(Therapeutic wilderness experiences)이다. 여기에는 Rites of Passage, Santa Fe Mountain Center의 일반적 프로그램이 포함되며 대상자들은 개인적 발달과 치료적 개입의 결과를 함께 경험하며 치유적 효과를 얻는다. 마지막으로 치료적 개입이 외형적으로 두드러진 것이 원생지 치료(Widerness therapy)이다. RedCliff Ascent, Aspen Achievement Academy, SUWS가 이에 속한다. 원생지 치료에서는 운영진으로 심리전문가의 참여가 필수적이며 원생지에서는 안전 및 기본 원생지 기술들을 교육하고 돌보는 필드 강사와 치료자와 함께 대상자 집단을 이끈다. 필요에 따라 의료진이 참여하기도 한다. 치료자는 치료 과정에 대한 수퍼비젼을 받는다.

치료적 개입의 정도가 심화될수록 참가자 집단의 크기는 작아지며 운영자는 많아진다. 치료적 개입의 정도에 따라 프로그램을 이해하는 것은 대상자의 특성 및 이용 가능한 자원을 프로그램 효과와 함께 고려하며 전체적인 개입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본다. 비교적 치료적 개입이 적은 NOLS, OB, PA는 원생지 경험을 바탕으로 참가자의 변화를 이끈다는 점에선 공통되지만 치료가 목적이 아니므로 다른 특성이 프로그램에 반영되어 있다. NOLS는 원생지에서 이루어지는 리더십 교육으로 교육적 성격이 강하다. 그렇지만 자연을 배경으로 생태교육, 별자리 교실, 숲 속 음악캠프 등의 교육프로그램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NOLS는 원생지 특징을 이용한 등반, 카약, 탐험 등 활동이 전면에 부각되며 이를 통해 리더십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원생지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에 비해, OB는 원생지가 제공하는 도전을 더 많이 강조한다. 원생지에서의 삶의 경험과 모험을 내포한 도전을 수용함으로써 참가자들의 성장을 돕는다. OB는 원생지에서 솔로를 하기도 한다. 반면, PA는 원생지 자체보다는 모험에 기반을 둔 실험적 교육을 강조한다. 따라서 모험 코스의 선택이 프로그램의 중요 부분이 된다. 원생지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은 그 성격과 치유적 개입의 정도는 모두 다르지만 원생지 자체가 가지고 있는 환경적 효과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원생지는 대부분 생활공간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공간이며 야외에서의 생활에는 불 피우기, 텐트 치기, 안전에 대한 대비 등 평소에 고민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와 마주하게 함으로써 참가자로 하여금 낯설음이라는 선물을 준다.

낯설음은 묘한 흥분과 함께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며 그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전혀 다른 자신의 모습을 만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자연 자체의 매력은 참가자로 하여금 장엄하고 아름다우면서도 두려운 감정적 경험을 이끌며, 의도적으로 주의집중하지 않아도 몰입이 되는 주의집중하지 않아도 몰입이 되는 인지적 편안감과 심미적 경험을 준다. 칠흑 같은 밤이 지나고 숲에서 맞이하는 새벽의 여명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경이로운 체험으로 남아 그 자체로 참가자들에게 치유적 효과를 만들기도 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숲치유에 대한 관심이 높다. 건강과 안녕에 대한 관심으로 볼 때 자연스런 현상이며 테크놀로지가 발달하면서 더욱더 커질 자연에의 갈망으로 볼 때 앞으로 관심은 더 높아지리라고 예상된다. 이런 의미에서 원생지 경험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상자에 대한 이해, 원생지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소프트웨어인 프로그램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번 2010년 심리학회 연차대회인 메인 심포지엄의 주제는 행복한 사회였다. 심리학 뿐만아니라 행복은 이제 기업, 교육, 과학,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의 메인 주제가 되었다. 원생지는 조용히 자신의 행복을 생각해볼 장을 제공하며 바쁜 삶에 치여 잊고 지내던 자신의 내면과 강점을 만나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이에 편안하고 안전하게 응할 수 있는 안내가 필요하다. 숲에서 숲도 지키고 참가자 자신도 지킬수 있는 프로그램, 이에 대한 간략한 정리를 하고 비가 유난히 많았던 올여름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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