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학교 이야기

by 신원섭 posted Sep 2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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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청소년의 장래를 바꿔준다
신원섭 (충북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


캐나다 밴쿠버의 유력 일간지 밴쿠버 선은 작년에 (2004년 10월 5일자) 1면 톱기사로 한 학교의 기적과 같은 성취를 소개하였다. 밴쿠버 시내에 위치한 Grandview초등학교는 할렘은 아니지만 그리 부유하지 않은 동네에 자리 잡은 학교이다. 8년 전까지만 해도 이 학교는 최대의 위기에 처해있는 학교였다. 학교 주변에는 경찰이 항상 순찰을 돌아야 할 만큼 위험한 환경이었고 학생들 5명중에 4명은 기초 독해시험에서 낙제를 받곤 했다. 이런 문제투성이인 도심의 학교는 더 이상 가망이 없어 보였다. 당연히 선생님들로부터도 그리고 학생들로부터도 기피하는 학교가 되었다. 백인학생들은 이사를 가서 그 수가 줄어들고 결국 학생의 절반은 인디언 학생들로 구성된 학교가 되었다.

그런데 작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주에서 실시한 기초학력 평가에서 재학생중  88%가 읽기, 쓰기 그리고 산수과목에서 기대수준을 훨씬 넘는 점수를 기록하였다. 2001년도의 성적만 보더라도 읽기에서 22%, 쓰기에서 63%, 그리고 산수에서 42%의 학생만이 통과한 것을 보면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이런 기적이 일어났을까? 사실은 기적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노력과 땀이 빗은 결과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절망에서 희망을 꿈꾸며 비록 힘들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묵묵히 그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 덕분에 결국 기적 같은 일이 발생한다. Grandview 초등학교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노력의 시발은 불행한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1996년 미 해병대 출신의 전과자가 헤어지자고 요구한 여성의 아들이 다니는 이 학교 선생을 죽이겠다고 협박을 한 것이다. 다행히 별다른 인명피해 없이 이 사나이는 체포되었지만 학교가 입은 타격은 매우 컸다. 밴쿠버에서 가장 위험한 학교로 낙인찍힌 것이다.

그 이후 읽기 선생님인 웬디 포우크 (Wendy Fouks)를 비롯한 몇몇의 선생님들이 의기투합해 학교의 변화를 시도하였다. 우선 학생들에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자신감을 주는 일부터 시작하였다. 또한 스스로 참여하고, 변화를 느끼며, 성취가 눈에 띄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그중 하나가 학교 숲 프로그램이었다. 이 학교가 추진한 숲 프로그램은 그리 거창한 것도 아니다. 학교의 공터에 숲과 자연 공간을 조성하고 그곳에서 자연을 관찰하며 자연스럽게 숲을 체험하고 교류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다.

숲이 청소년의 인생을 결정하는 또 한 가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미국 아이다호에 있는 직업훈련원의 사례이다. 이 훈련원에 수용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학교나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켜 강제로 수용된 청소년들이다. 이들이 가진 문제를 살펴보면 마약 복용, 폭행, 강도, 절도, 학교 문제 등 매우 다양하다. 몇 몇 여학생은 미혼모이기도 하다. 그들은 그곳에서 집단생활을 하며 직업 훈련에 전념하고 사회에 돌아가 적응하도록 교육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일정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고 재수용 되거나, 사회로 돌아가더라도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문제를 일으켜 재 수용되곤 하였다. 이들이 가진 최대의 문제는 자신을 보는 눈과 마음자세였다. 이들은 자신의 가치를 아주 낮게 평가하고 있었고,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자신을 아무런 쓸모없는 인간으로 인식한 그들은 당연히 매사에 자신이 없고 늘 호전적이며 적대적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남, 특히 어른들을 믿지 못하고 장래에 대한 꿈과 희망도 없었다.

아이다호 대학의 원생지 연구소를 이들을 대상으로 숲을 통한 자기 능력개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행하였다. 먼저 프로그램 참여를 원하는 청소년들에게 일주이레 1회씩 8회에 걸쳐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이 프로그램의 주 목적은 참가자에게 숲에서의 극기를 통한 성취감을 길러주는데 있었다. 따라서 프로그램 참여자 전원은 모든 어려움을 견디고 성실히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서약을 하였다.

기본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1 킬로미터 이상인 산 정상 오르기, 몇 명이 짝지어서 문제 해결하기, 카누타기, 홀로 시간 보내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첫 번째 도전은 1킬로미터 정도되는 산 정상에 오르는 것이었다. 등에 잔뜩 배낭을 둘러메고 높은 산에 오르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때로는 더위, 때로는 비바람이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이 첫 도전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학생들의 태도와 생각이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하였고 더 적극적으로 다음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이 학생들은 대부분 지금까지 성취라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다.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에서 실패자로 낙인찍혀 있었으므로 패배에 익숙해 있었다. 그러나 숲에서의 성공적인 성취에서 자신의 가능성과 희망을 경험한 것이다.

마지막 프로그램은 숲에서 홀로 하루를 보내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동안 학생들은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새로운 인생지도를 그리는 계기가 되었다. 학생들은 이 시간에 쓴 일기에서 자신의 약점과 문제를 파악하고 가정과 사회에 대한 적대감을 없앴으며 새롭게 살기위한 결단을 하였다. 8주간의 숲 프로그램을 마친 학생들의 성과는 괄목할만한 것이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직업 훈련의 성취율이 매우 높았고 졸업 후 사회의 적응이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와 같이 숲은 사람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층의 청소년들을 변화시킨다.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갖가지 범죄와 탈선은 우리의 청소년들이 자연과 멀어지고 자연과 단절된 생활에서 기인한다고 나는 믿는다. 단절된 공간에서 컴퓨터와 게임에 몰두하는 요즘의 청소년들은 같이 살아가는 법을 모른다. 자기만 알고 자기 본위로 생활해 왔기 때문에 죄의식은 물론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못하고 범죄와 탈선을 저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