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학교 대학원 산림치유학협동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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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 세상에 주는 숲의 의미
신원섭 (충북대학교 산림학과 교수)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즉석세상입니다. 모든 것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이루어지고 간단한 스위치를 조작하면 해결됩니다. 자, 우리 주위를 한번 돌아보십시오. 우리가 사는 집은 스위치만 돌리면 원하는 온도만큼 따듯해집니다. 거실의 창밖으로 보이는 밖에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한겨울이지만 거실 안에 있는 우리는 내복바람으로도 지낼 수 있습니다. 또 여름철 그 무더운 날씨에서도 에어컨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서늘한 온도 속에서 지낼 수 있습니다. 아침상에 올라온 밥은 버튼을 눌러만 주면 전기밥솥이 알아서 만들어 줍니다. 아침에 일어나 수도꼭지만 누르면 찬물 더운물로 목욕을 할 수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겨울철 땔감을 마련하는 게 가장 큰 겨울맞이 일이었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온 집을 따듯하게 했던 기억은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집니다. 새벽밥을 지어 삼촌들을 학교 보냈다는 할머니의 얘기가 아마득한 옛날이야기처럼 들립니다.

요즘 아이들의 놀이 모습도 다를 바 없습니다. 컴퓨터를 켜면 가상의 세계가 펼쳐지고 지구 반대편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친구가 됩니다. 동네 아이들이 편을 나누어 뒷산과 들판에서 싸움놀이를 했던 어른들의 추억은 이제 박물관에 전시되어야 할 경험입니다. 산과 들로 나돌아 다니면서 경험했던 나무와 풀, 야생화의 아름다움, 새들과 곤충의 신비로움을 요즘에는 경험할 기회가 없습니다. 요즘의 아이들에게 자연의 신비는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프로그램일 뿐입니다. 이런 즉석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특히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겐 모든 것이 즉흥적이어야만 합니다. 인내를 할 줄 모릅니다.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숲은 어떤 의미를 줄까요? 버튼하나로 해결되는 즉석 시대는 서로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숲은 원초적 세상입니다. 숲에는 버튼으로 해결되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숲이라는 거대한 생태계는 서로의 관계에 의해서 변화와 안정, 그리고 균형을 유지합니다. 따라서 숲을 잘 살펴보면 나와 남, 우리와 이웃, 우리와 지역, 우리와 세계, 우리와 우주와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느 과학자가 살아있다는 것은 외부와 교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라고 정의했다지요. 옳은 것 같습니다. 내가 나로만 존재하고 외부와 단절되어 있으면 살아있는 것이 아니지요. 살아있기 위해서는 눈과 입과 코를 비롯한 오감을 활짝 열고 다른 것을 바라보고 말하며 서로 교류해야만 합니다. 모든 것을 닫아버리고 혼자만 잘났다고 서 있는 존재는 살아있는 것이 아닙니다.

숲을 보십시오. 숲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은 서로 교류를 통해 존재합니다. 숲 속에 서있는 산벚나무 한 그로를 보십시오. 이른 봄 활짝 만개한 꽃의 아름다움은 벌을 유인하여 찾아오게 합니다. 열매를 통하여 새들을 배불리 먹이고 그 새들은 씨앗을 멀리 옮겨 후세들을 자라나게 합니다. 어디 나무뿐입니까? 숲에 썩어 죽어가는 나무 둥지엔 여러 가지 버섯이 자리를 잡습니다. 죽은 나무는 버섯의 삶터를 제공하고 그 버섯은 나무를 부식시켜 숲의 양분이 되게 합니다. 만일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다른 것과 교류를 거부하여 혼자만을 고집한다면 숲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습니까? 벌과 새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하고 또한 후손을 퍼트리지 못하여 곧 멸망에 이르게 됩니다. 숲은 우리에게 교류의 진실을 알려줍니다. 숲은 우리에게 진실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숲은 우리에게 서로를 나눔으로서 모두가 잘 살아가는 윈윈(win-win)의 삶을 알려줍니다.  

다시 눈을 돌려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합니다. 우리 사회를 살펴보십시오. 다른 사람과의 교류와 나눔은커녕 서로를 짓밟고 상대를 이겨야 하고 남보다 우뚝 서 있어야만 삶의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어른들의 세계분이 아니라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서 일등을 하고 악기든 그림이든 최우수상을 받지 못하면 아이의 존재는 하찮은 것에 불과합니다. 남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과 교류할 줄 모르며 서로 나눔으로서 공동선을 이루는 것 자체를 알지 못합니다.

경제학에서 외부효과를 설명하는 고전적인 예가 바로 과수원과 꿀벌에 관한 것이지요. 과수원 옆에서 양봉을 하면 과수원 주인은 벌이 찾아와 이 꽃 저 꽃을 날아다니며 수정을 시켜주니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어 좋고 양봉업자는 과수원의 꽃으로 인해 좋은 꿀을 많이 수확할 수 있어 서로 경제적 이득을 본다는 예지요. 과수원 주인과 양봉업자는 서로 사전에 계약을 맺지 않았어도 독립적인 경제활동이 궁극적으로는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그러나 요즘엔 이런 예가 통하지 않는다네요. 과수원에서 뿌린 농약 때문에 벌들이 죽어서 결국 과수원 주인은 일일이 손으로 수정을 시켜야 하고 또 양봉업자는 멀리 좋은 꿀을 찾아 떠나야 하기 때문에 서로 생산비가 더 많이 들어간답니다.

숲을 가만히 보면 모든 존재가 결국 경제적으로 설명하면 외부효과를 창출합니다. 그만큼 서로의 이익을 따지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진실로 남을 배려한 채 살아가면 그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법입니다. 숲은 이런 평범한 삶의 진리를 알려줍니다.    

버튼 시대의 아이들은 우리가 먹는 사과가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과일이 수퍼마킷의 창고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수도꼭지만 돌리면 따뜻한 물이 나오는 것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숲이 깨끗한 물과 공기를 공급해주는 환경 기능이 이해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아이들은 오직 나만 존재하고 남을 바라볼 줄 모르는 사람으로 커 갑니다. 결국 남에게 내어주고 같이 공유하는 삶이 자기에게도 득이 된다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오늘과 같은 삶에서는 더욱 숲과의 교감이 필요합니다. 숲에서 마음으로 느끼고 이해하면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언젠가 마하트마 간디가 얼마나 남을 배려하는지에 대한 일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급히 기차를 타기위해 역으로 달려가는 길이었습니다. 기차는 떠날 시간이 되어가고 너무 시간이 바쁜 탓에 신발 한 짝이 벗겨져 길에 떨어진 채 기차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간디는 나머지 신발 한 짝을 벗어 길로 던졌습니다. 이 광경을 본 옆의 사람들이 간디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왜 귀한 신발 한 짝이라도 가지고 있지 길로 던지십니까?” 그러자 간디는 “만일 어느 사람이 길에서 신발 한 짝만 주었다면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이왕이면 두 짝을 다 주어야 올바로 신겠지요.”

숲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을 가슴으로 느끼고 관찰하면 간디처럼 남을 배려하고 자기를 내어줄 수 있는 삶을 배울 수 있습니다. 숲은 우리를 인간다운 인간 때 묻지 않은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통로입니다. 원래 우리의 본 모습은 성인의 모습입니다. 숲은 우리의 내면을 일깨우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촉매입니다.    
  • 하모니 2009.09.24 13:47
    우리 어린이들이 '숲 체험을 통해 지구의 주인인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해야한다.'는 메시지를 널리 알려야 겠습니다.
    온 국민이 그러면 좋겠으나 우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시행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자면 해설가나 치유사 등 자원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 필요할텐데요.
    우리끼리 하면 안 될까요?! 간디님의 신발 한 짝이라도 되었으면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모니(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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