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학교 대학원 산림치유학협동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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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가진 건강 기능에 대한 연구 및 사례

신원섭 (충북대학교 산림학과 교수, 산림치유포럼 부회장)

아름다운 숲속에 편안히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시원스럽게 벋은 소나무가 그 푸름과 기상을 뽐낸다. 그 나무들 사이로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은 내 피부를 자극하고 귓전에 맴도는 소리는 형언할 수 없는 자연소리를 연출한다. 여기 저기 꽃을 찾아다니는 나비의 하늘거리는 모습은 미세한 시신경을 활성화시킨다. 멀리서 들리는 뻐꾸기의 울음과 시냇물 흐르는 소리는 어느 악기로도 연출할 수 없는 자연 음악이다.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상쾌해지고 가슴 한구석의 답답함이 싹 가신다. 몸에서 새로운 에너지가 샘솟고 삶의 아름다움과 의욕이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숲이 주는 건강의 힘이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숲은 건강의 원천으로 여겨왔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산과 숲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또 건강을 지킨다.

사람들이 숲을 건강의 원천으로 생각하고 실제로 건강을 위해 숲을 이용해 온지는 그 역사를 따질 수 없이 오래되었지만 과학적으로 숲과 건강과의 관계에 대하여 관심을 쏟게 된 것은 아마도 1950년대 이후부터일 것이다. 이 시기 미국에서 창궐한 폐병 때문에 뉴욕의 한 병원에서는 기존의 병실이 모자라서 넘치는 환자는 병원 뒤 숲의 공터에 임시 텐트 병동을 설치하여 수용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숲 속 병동 환자들의 치료율이 기존 병동의 환자들 보다 높을 것을 발견하고 학술적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 후 의료 학술지에는 소나무 병동 (Pine Hospital)이란 별도의 코너를 만들어서 숲과 건강과의 관계를 다루기 시작했다. 몇 가지 발표된 연구 사례를 소개함으로 숲과 건강과의 관계를 살펴보자.

1984년 사이언스란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펜실바니아의 한 병원에서 창으로 숲이 보이는 병실에 입원한 환자와 그렇지 못한 병실에 입원한 환자들의 회복율을 비교 조사하였다. 10년 동안의 의료 기록을 분석하여 조사한 결과 창으로 숲을 볼 수 있는 환자들이 그렇지 못한 환자들에 비하여 수술 후 회복율이 훨씬 빨랐다고 한다. 그 외에도 진통제 투여 횟수라든지 다른 여러 불편을 호소하는 비율도 숲을 볼 수 있는 환자들이 훨씬 적었다고 한다. 직접 숲에 가지 않더라도 간접적인 숲 체험이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이다. 환자들뿐만 아니고 이 간접적인 숲 체험은 죄수들의 복리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미국 미시간 주립 교도소에 수감 중인 죄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감방에서 숲과 자연의 경치를 볼 수 있는 죄수들이 그렇지 못한 죄수들에 비해 아파서 병원에 가거나 다른 여러 가지 사고를 치는 율이 훨씬 적었다고 한다. 최첨단의 의료시설이나 수용시설보다 병원과 교도소 주변에 나무 한그루를 심어주는 것이 치료와 교정에 더 큰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숲은 또한 빈민층의 소외되고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청소년의 자아존중감과 성취감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미국의 국립 직업훈련소 (Federal Job Corps)에는 일반 중고등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소위 문제 청소년들에게 고등학교 과정의 수료와 직업교육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여기에 다니는 청소년들에게 1993년부터 일주일간의 숲 캠프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낮았던 그들의 자아 존중감이 높아졌고, 그들의 훈련소 생활에 대한 태도가 매우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한다. 그 뿐만 아니라 훈련소에서 초기에 견디지 못하고 탈락한 율이 35%나 낮아졌다고 연구는 밝히고 있다.

숲의 이용이 환자들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필자가 국립 산림과학원과 공동으로 숲이 잘 가꾸어진 학교 학생들과 숲이 주변에 존재하는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숲은 일상적인 학습 능력과 근무 능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숲이 가꾸어진 학교의 학생들의 경우 그렇지 못한 학교의 학생들에 비하여 집중력이라든지 지적 호기심, 그리고 문제 해결력이 높았다. 특히 나이가 어린 초등학생들일수록 이러한 효과가 큰 것이 발견되었다. 따라서 어린 자녀일수록 부모들이 자주 시간을 내어 숲과 자연을 접하게 하는 것이 학습능력과 정서에 큰 도움을 주리라 생각된다.

직장인들의 경우엔 숲이 직장 근체에 있어서 휴식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숲을 즐길 수 있는 직장인들이 그렇지 못한 직장인들에 비해 근무만족이 높았고, 반대로 직무 스트레스는 낮았으며, 그 결과 이직을 원하는 율도 훨씬 낮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숲이 있는 환경은 사람들로 하여금 긴장이 풀리게 하고, 아름다운 환경에 대한 애착과 유대감을 갖게 한다. 따라서 숲이 있는 직장은 자연스럽게 직무 능률에서 긍정적 역할을 하게 한다. 이런 아름답고 만족스런 직장 환경이 나이가 젊은 직장인들일 수록 높은 보수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왜 숲은 사람들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일까? 숲이 가진 건강 메커니즘은 너무 복잡해서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우선 숲은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자극을 준다. 이러한 긍정적 자극은 우리 인간의 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류는 몇 백만년전 동아프리카의 사바나 숲에서 탄생하여 지금까지 99.99%의 역사를 숲에서 숲과 교류하면서 살아왔다. 말하자면 숲은 인류의 고향인 셈이다. 고향을 등지고 우리가 주로 생활하는 도시 환경이나 사무실은 인위적인 환경이며 항상 긴장과 스트레스를 유발시킨다. 그러나 숲은 우리 몸의 생리와 코드가 맞는 자연적인 환경으로 긴장과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준다. 숲의 녹색, 바람소리, 새소리, 귀여운 동물들, 아름다운 꽃 등 숲을 구성하는 자연적 요소들은 일상에서 오염과 소음 등으로 무뎌진 우리의 감각을 되살리고 몸과 마음을 순결하게 한다. 또한 숲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화학적 요인도 우리 인체의 기능을 향상시킨다. 대표적인 예가 숲이 내품는 피톤치드와 숲에 많이 존재하는 음이온이다. 지형적으로 숲은 오르막과 내리막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운동의 효과를 가져다줌으로서 우리를 건강하게 한다.

사회가 점차 복잡해지고 사람들의 건강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숲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숲은 경제적 자원과 우리의 생활을 쾌적하게 해주는 환경자원으로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건강과 심리적 안정, 그리고 정신적 위안을 주는 역할도 경제적·환경적 가치 못지않게 중요하다. 숲이 주는 이런 가치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으리만큼 우리의 생명과 삶의 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틈틈이 숲을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비록 멀리 있는 울창한 숲이 아니더라도 집이나 직장 근처에 자주 이용할 수 있는 나만의 숲을 만들어 보자. 그리고 마음이 울적할 때나 즐거울 때나 그 숲과 함께 교류할 수 있는 나만의 특별한 숲을 만들어 보자. 사는 게 너무 바빠 그마져도 어렵다면 집안이나 사무실에 조그만 나무 한 그루라고 키우고 창을 통해서라도 자주 숲을 바라보자. 그러면 우리의 삶이 건강해지고 기쁨과 행복이 충만하게 될 것이다.


<박스 글>
2006년 6월 중순의 토요일 오후 광릉 국립수목원.
푸른 신록과 울창한 숲, 그리고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 찬 광릉 국립 수목원에서 15명의 20대에서 50대 후반에 이르는 사람들이 숲과 교감하며 자연과 일치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조그만 스케치 북에 야생화의 아름다운 모습을 세밀히 그리는 40대 아주머니, 웅장한 전나무 아래서 경외스러운 눈으로 나무의 크기를 바라보고 있는 50대의 아저씨, 외딴 숲속에서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빠져있는 남녀의 모습. 각자 다양한 모습으로 숲의 아름다움과 신비함에 빠져있다.

숲과 나름대로 깊은 교감을 마친 이들은 숲에서 난 나물과 버섯 등으로 깔끔히 차려진 저녁을 먹은 후 수목원 숲에 차려진 야외극장에서 시원하고 상큼한 밤공기를 숨쉬며 영화 <Fly Away Home>를 감상한다. 야성을 잃어 날지 못하는 기러기들을 훈련시켜 경비행기를 이용해 이들을 이끌어 철새의 도래지로 이동하는데 성공하는 감동적인 내용이다. 영화를 보고 숙소로 돌아가며 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들과 정말 물 흐르듯 펼쳐있는 은하수를 바라보며 감탄을 자아낸다. 매일 맞는 밤이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밤하늘을 본 기억이 언제인가 할 정도로 가물가물하다.

이 모습은 충북대학교 신원섭교수와 국립수목원(원장 권은오) 연구팀이 수행한 <숲이 우울감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한 숲 캠프 모습이다. 우울 증세를 가지고 있으나 병원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환자군을 인터넷과 병원 게시판을 통해 모집하여 정신과 의사의 검사와 면담에 의해 선발된 성인 남녀 15명이 참여하였다. 이들은 2박3일 간의 캠프기간 동안 광릉 국립수목원에서 숲과 함께 친해지기, 숲과 교류하기, 숲에서 나를 되돌아보기, 숲에서 나의 비젼 찾기, 감정 나누기 등의 활동을 통해 가능한 개인적으로 숲과 일치하는 경험을 갖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일깨우고 해결할 수 있도록 연구팀들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캠프가 끝난 후 측정한 우울감 지수는 변화가 현격히 감소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Beck 우울 척도로 심한 우울 상태(25점 이상) 되던 우울감이 가벼운 우울 상태 (11점 정도)로 떨어진 것이다. 이밖에도 의료진이 상담을 통해 밝힌 숲 경험의 결과는 상태 및 특성 불안 감소했고, 행복감의 상승이 보였으며 자신의 문제와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인정하는 등의 효과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 하모니 2009.09.24 13:22
    2박 3일의 짧은 기간에 심한 우울증을 가벼운 우울감으로 치유시킨 사례를 접하니 용기가 솟아납니다.
    친하기-교류하기-되돌아보기-비젼찾기-감정나누기로 이어지는 세부적인 활동과 치유지침 등 좋은 프로그램이 주효한 것 같습니다.
    아울러 자신의 치유를 바라는 참여자들의 의지와 좋은 생태환경 등이 어우러지면 더욱 좋을 듯 합니다. 고맙습니다. 하모니(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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